작년 가을에 팔로워 4만 명짜리 인스타 계정에 80만 원을 보냈습니다. 우리 제품을 며칠 써보고 솔직하게 올려주기로 한 거였어요. 피드 한 장, 스토리 두 장. 좋아요는 1,800개가 찍혔습니다. 그 주에 우리 쇼핑몰로 들어온 신규 주문은 일곱 건이었고요.
계산기를 두드려 봤습니다. 한 건당 11만 원 넘게 쓴 셈이더군요. 그제야 궁금해졌습니다. 그 80만 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매겨진 금액이었을까.
그때 제가 인플루언서 단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돈을 줬다는 걸 알았습니다. 단가표라는 게 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 뒤로 캠페인을 몇 번 더 돌리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둡니다. 저처럼 감으로 송금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읽어보시라고요.
단가표를 처음 받아봤을 때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연락하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인플루언서는 단가표를 보내줍니다. 표를 받고 나서야 시장에 대충의 시세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업계에서 통용되는 구간은 대략 이렇습니다. 팔로워 1천에서 1만 명 사이의 나노급은 원고료보다 제품 협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만에서 10만 명 사이 마이크로급이 보통 10만 원에서 100만 원 선이고요. 10만 명을 넘어가는 매크로·메가급부터는 한 건에 100만 원 이상으로 뜁니다.
계산식도 의외로 단순합니다. 인스타 피드는 팔로워 1천 명당 1만 원, 릴스나 쇼츠 같은 숏폼은 평균 조회수 1천 회당 2만 원, 블로그는 일평균 방문자 1천 명당 2만 원 정도가 흔히 쓰이는 기준선입니다. (태기 인플루언서 단가 가이드)
제가 보낸 4만 팔로워 계정에 80만 원. 피드 기준 공식대로면 40만 원이 적정선이었던 거죠. 두 배를 준 겁니다. 협상이라는 걸 아예 안 했으니까요.
협찬으로 끝낼지 원고료를 줄지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협찬은 제품을 주고 콘텐츠를 받는 거고, 원고료는 현금을 주고 콘텐츠를 받는 겁니다. 같은 한 건이라도 어느 쪽이 이득인지는 상황마다 갈려요.
제품 단가가 높을수록 협찬이 유리합니다. 판매가가 15만 원이 넘는 물건이라면, 원가는 그보다 훨씬 낮을 테니 제품 하나 보내는 비용으로 콘텐츠를 받는 셈이거든요. 나노급 인플루언서한테는 이 방식이 잘 먹힙니다. 팔로워가 적은 분들은 브랜드 핏만 맞으면 제품만 받고도 진심으로 써주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팔로워 10만이 넘는 매크로·메가급은 협찬만으로는 거의 안 움직입니다. 제품 가격이 5만 원도 안 되는데 인게이지먼트가 카테고리 평균의 두 배쯤 나오는 계정이라면, 두말없이 원고료를 챙겨주는 게 맞습니다. 그런 계정의 시간은 비싸니까요.
저는 이걸 거꾸로 했었습니다. 마이크로급한테 굳이 현금을 두둑이 얹어준 거죠. 제품만 정성껏 보냈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팔로워가 아니라 이걸 봤어야 했다
송금 전에 제가 본 숫자는 딱 하나, 팔로워 4만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가장 쓸모없는 숫자였어요.
팔로워와 인게이지먼트율은 보통 반대로 갑니다. 나노급은 참여율이 15에서 25퍼센트까지 나오는데, 마이크로급은 6에서 15퍼센트, 메가급으로 가면 1에서 6퍼센트로 떨어집니다. 팔로워가 많을수록 한 명 한 명이 콘텐츠에 반응하는 비율은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좋아요 1,800개에 신규 주문 7건. 이 격차가 모든 걸 말해줍니다. 반응한 사람과 지갑을 연 사람은 완전히 다른 무리였던 거죠. 이건 광고를 돌릴 때도 똑같이 반복되는 함정인데, 숫자는 좋아 보이는데 매출이 안 따라오는 패턴은 ROAS가 멀쩡한데 매출이 안 느는 경우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릴스나 쇼츠로 협업한다면 팔로워는 더더욱 무의미해집니다. 숏폼은 팔로워가 아니라 노출이 콘텐츠를 타고 퍼지니까요. 팔로워 수와 실제 매출이 따로 노는 구조는 릴스·쇼츠를 열심히 올리는데 팔로워만 느는 이유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마이크로가 싸다는 말의 함정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가성비 좋다”는 말, 많이들 합니다. 절반만 맞아요.

한 건당 단가가 싼 건 사실입니다. 메가급의 10분의 1 수준이니까요. 그런데 도달하는 사람 수도 그만큼 적습니다. 그래서 노출 1천 회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마이크로가 오히려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송금액이 작다고 효율이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마이크로급이 진짜 값어치를 하는 지점은 효율이 아닙니다. 신뢰입니다. 팔로워가 적을수록 댓글 하나하나에 직접 답하고, 그 관계가 추천의 무게를 만듭니다. 5만 명한테 흘려보내는 광고보다, 8천 명이 진짜로 믿는 한마디가 전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거죠.
2026년 들어 이 흐름은 더 뚜렷해졌습니다. 한 업계 조사에서 마케터들이 꼽은 가장 큰 고민이 “크리에이터 비용 상승”이었는데, 응답자의 35퍼센트가 이걸 1순위로 들었습니다. (LEVER 2026 벤치마크) 단가는 오르는데 큰 계정의 효율은 떨어지니, 작고 끈끈한 계정 여러 개로 눈을 돌리는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한다면
송금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저는 이제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먼저 최근 게시물 열 개의 댓글을 직접 읽습니다. 좋아요는 살 수 있어도 진짜 대화는 못 사거든요. 광고 협업 게시물에 댓글이 뚝 끊긴다면, 그 계정의 팔로워는 구경꾼이지 고객이 아닙니다.
그다음 우리 제품 가격으로 협찬이 가능한지 따져봅니다. 가능하면 현금 대신 제품으로 먼저 제안해요. 거절당하면 그때 원고료를 얹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명에게 몰아주지 않습니다. 80만 원짜리 한 건보다, 20만 원짜리 마이크로 네 명이 더 나았을 거예요. 결과가 한쪽에 쏠리지 않고, 어떤 계정이 진짜 매출을 만드는지 데이터도 쌓이니까요. 콘텐츠를 한 곳에만 길게 맡길 때 생기는 문제는 콘텐츠를 3개월 넘게 외주 맡길 때 점검할 것과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인플루언서 단가는 정찰제가 아닙니다.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고, 그래서 기준을 가진 쪽이 덜 손해 봅니다. 적어도 저처럼 공식의 두 배를 주고 시작하진 마시라고, 이 글을 남겨둡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인플루언서 단가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공개된 정찰가는 없습니다. 직접 연락하면 단가표를 받을 수 있고, 팔로워 1천 명당 1만 원(인스타 피드 기준)을 출발점으로 잡으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이건 협상의 시작점일 뿐, 받은 금액을 그대로 줄 필요는 없어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항상 가성비가 좋은가요?
한 건 단가는 쌉니다. 하지만 도달 수가 적어서 노출당 비용으로 보면 더 비쌀 수도 있어요. 마이크로의 강점은 단가가 아니라 팔로워와의 신뢰 관계, 즉 전환율에 있습니다.
협찬과 원고료 중 뭐가 나은가요?
제품 판매가가 15만 원 이상이고 나노급이라면 협찬이 유리합니다. 팔로워 10만 이상에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계정이라면 원고료를 주는 게 맞고요. 정답은 제품 가격과 계정 규모가 정해줍니다.
좋아요는 많은데 매출이 안 나오면 무엇을 봐야 하나요?
좋아요 대비 댓글·저장·공유 같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세요. 그리고 협업 게시물에 우리 사이트로 들어온 유입과 실제 주문을 끝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반응한 사람과 구매한 사람은 다른 무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