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단 후기에 커피 쿠폰 한 장이면 이미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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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단골 미용실 계산대 옆에 안내문 한 장이 붙었습니다. 후기 남겨주시면 커피 쿠폰 드립니다, 딱 그 한 줄이었습니다.

원장님은 반응이 좋다고 했습니다. 한 달 만에 플레이스 후기가 마흔 개 넘게 쌓였다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며칠 뒤에 기사 링크를 하나 보냈습니다.

쿠폰 한 장짜리 이벤트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잡힌다는 게 실감이 안 나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공정위가 7월에 성형외과 세 곳을 손봤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7월 10일 3개 성형외과의원의 표시광고법 위반 광고행위를 제재했습니다.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이 함께 나왔습니다.

구조는 단순했습니다. 병원이 홈페이지로 홍보모델을 뽑고, 수술비를 깎아주는 대가로 후기를 쓰게 했습니다. 의료미용 앱과 인터넷 카페, 병원 홈페이지에 올라간 글들이었습니다. 2018년부터 2026년 5월 29일까지 이어졌습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건 후기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후기를 쓰고 돈을 아꼈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적지 않은 것, 그래서 읽는 사람이 자발적인 글로 오해하게 둔 것이 기만 광고라는 판단이었습니다.

후기 글자 수를 지정하고 수술 전후 사진을 요구한 정황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관리를 촘촘하게 할수록 광고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쿠폰의 값이 아니라 밝혔느냐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금액 기준을 먼저 묻는 분이 많습니다. 얼마까지는 괜찮냐는 질문입니다.

나무 카운터 위에 놓인 라떼 한 잔과 꽂혀 있는 영수증 뭉치

그런 선은 없습니다. 수술비 수백만 원 할인이든 사천 원짜리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든, 후기를 조건으로 뭔가를 줬으면 경제적 대가입니다. 무료 시술, 서비스 업그레이드, 다음 방문 할인권도 같은 칸에 들어갑니다.

크기가 아니라 존재 여부만 봅니다. 이 지점을 넘기면 나머지는 오히려 쉬워집니다.

어디에 적었는지에서 대부분 갈립니다

밝히기로 마음먹은 가게들이 그다음에 자주 틀립니다. 본문 맨 아래에 해시태그로 광고라고 붙여두는 방식입니다.

2024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추천·보증 심사지침은 블로그나 카페 같은 글 중심 매체라면 게시물 제목이나 첫 부분에 표시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모바일에서 더보기에 가려지는 자리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첫 부분에 넣을 때도 조건이 붙습니다. 글자 크기를 본문보다 키우거나 색을 다르게 해서 눈에 걸리게 해야 합니다. 제목에 넣는다면 제목이 잘려서 문구가 사라지지 않을 길이여야 하고요.

후기가 매출로 이어지는 가게들의 공통점을 따로 정리해둔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제일 잘 굴러가던 곳들은 대가를 숨기지 않는 쪽이었습니다.

미용실 안내문을 표로 다시 봤습니다

원장님과 앉아서 그동안 돌린 이벤트를 하나씩 칸에 넣어봤습니다. 헷갈리던 게 눈에 보이더군요.

이벤트 방식 대가 여부 표시 필요
조건 없이 손님이 남긴 후기 없음 필요 없음
후기 쓰면 커피 쿠폰 있음 필요
후기 쓰면 추첨으로 경품 있음으로 보는 게 안전 필요
시술 무료로 해주고 후기 요청 있음 필요
후기와 무관하게 준 단골 쿠폰 없음 필요 없음

세 번째 줄에서 한참 붙잡혔습니다. 당첨된 사람만 받는데도 밝혀야 하냐는 겁니다. 응모 자체가 후기를 조건으로 걸린 이상 다투기 어렵다고 봤고, 굳이 애매한 자리에 서 있을 이유도 없어서 밝히는 쪽으로 정했습니다.

6월부터 밝힐 게 하나 더 늘었습니다

공정위는 2026년 5월 29일에 심사지침을 한 번 더 고쳤고, 6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번엔 AI 가상인물입니다.

생성형 도구로 만든 인물이 후기나 추천에 등장하면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글이면 제목이나 첫 부분에, 사진이나 영상이면 그 인물이 나오는 내내 가까운 자리에 붙여야 하고요.

실제로 겪어보지도 않은 가상인물이 써본 것처럼 말하면 그 자체로 부당 광고가 될 수 있다는 문장도 들어갔습니다. 요즘 소재 제작비를 아끼려고 AI 모델을 쓰는 가게가 부쩍 늘었는데, 후기 톤으로 카피를 쓰는 순간 규정 안으로 들어옵니다.

팔로워 수만 보고 인플루언서 단가를 정하던 시절에는 신경 쓸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계약서에 한 줄 더 넣어야 하는 항목이 됐습니다.

대행사에 맡겨도 이름은 우리 가게로 나갑니다

체험단 대행을 쓰는 곳이 많습니다. 모집도 대행사가 하고 원고 검수도 대행사가 합니다.

그런데 7월 제재에서 공표명령을 받은 건 병원이었습니다. 광고주 이름으로 남습니다.

계약서에서 확인할 자리는 세 군데였습니다. 표시 문구를 어디에 넣기로 했는지, 원고 검수 단계에서 그걸 누가 확인하는지, 표시 없이 올라간 글이 나왔을 때 수정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세 번째 항목이 빠진 견적서를 저는 아직 꽤 자주 봅니다. 광고 문자 보낼 때 수신동의 책임이 발송 대행사가 아니라 광고주에게 남는 구조와 판박이입니다.

안내문 세 줄을 이렇게 고쳤습니다

처음엔 손님용 안내 문구만 바꿨습니다. 쿠폰 드린다는 문장 뒤에 “후기에 광고 표시 부탁드립니다” 한 줄을 붙였죠.

거울과 흰 의자가 나란히 놓인 미용실 내부

이 방식은 절반만 먹혔습니다. 손님들이 대체로 글 맨 끝에 해시태그로 달았고, 모바일에서는 더보기를 눌러야 보였습니다. 첫 줄로 올려달라는 말이 빠진 탓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시 문장을 통째로 적어드리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쿠폰과 함께 받는 카드에 “커피 쿠폰을 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를 첫 줄에 넣어달라고 적고, 그 문장만 굵게 쓴 예시 이미지를 같이 뒀습니다.

후기 수는 줄었습니다. 주당 열한 건에서 여섯 건이 됐습니다. 대신 별점 평균은 4.6에서 4.7로 오히려 조금 올랐고, 후기 길이가 길어졌습니다.

쿠폰 때문에 억지로 쓰던 사람이 빠지고 할 말 있는 사람만 남은 결과로 읽었습니다. 플레이스 후기에 별점이 붙은 뒤 평균 점수가 노출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가 돌면서 걱정도 했는데, 석 달째 순위는 그대로입니다.

자주 받는 질문

커피 쿠폰 한 장도 정말 밝혀야 하나요

금액 하한선은 없습니다. 후기를 조건으로 걸었다면 액수와 상관없이 경제적 대가로 봅니다. 반대로 후기와 무관하게 준 단골 쿠폰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손님이 아무 조건 없이 쓴 후기도 표시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그건 그냥 후기입니다. 문제는 대가가 오간 글을 대가 없는 글처럼 보이게 두는 상황입니다.

본문 끝에 해시태그로 광고라고 달면 안 되나요

글 중심 매체라면 제목이나 첫 부분에 넣어야 합니다. 끝에 붙인 해시태그는 모바일에서 접힌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전에 올라간 후기는 어떻게 하나요

공정위가 본 기간은 2018년부터였습니다. 지난 글이라고 자동으로 정리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가를 주고 받은 글 목록부터 뽑아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병원은 이것만 지키면 되나요

아닙니다. 치료경험담을 쓴 광고는 의료법이 따로 제한합니다. 표시 문구를 제대로 붙였더라도 그 자체가 걸릴 수 있습니다. 의원급이라면 표시광고법과 의료법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후기를 줄이라는 규정은 아니었습니다

공정위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시작했지만 업종을 가리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용실 원장님은 후기 수가 줄어든 게 아직 좀 아깝다고 합니다. 그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이번 건에서 제재를 부른 건 이벤트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걸 숨긴 방식이었습니다. 문장 하나를 첫 줄로 올리는 일과, 공표명령을 받은 뒤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거는 일 중에 뭐가 더 싼지는 계산해볼 만합니다.